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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과거사로 생매장” 조진웅 감싼 법조계, 음주운전·폭행도 있는데

입력 : 2025-12-07 14:50:39 수정 : 2025-12-07 16: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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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 뉴시스 제공

배우 조진웅이 과거 범죄 이력이 들통나자 연예계 은퇴를 결정했다. 여론은 차갑게 식었지만, 일각에서는 어린 시절 저지른 범죄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5일 디스패치가 조진웅의 과거 범죄 이력에 관해 보도 했다. 제보자의 말을 빌려 ▲고교 시절 차량 절도 ▲성폭행 사건 연루 ▲성인이 된 후 폭행 혐의로 벌금형 ▲만취 음주 전과 등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시절 중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됐으며 고교 2학년 때인 1994년 특가법상 강도 강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아버지의 본명 ‘조진웅’으로 활동하는 이유도 “범죄 이력을 감추기 위해”라고 추측했다. 

 

의혹이 커지자 조진웅 소속사는 5일 “배우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30년도 더 지난 시점에 경위를 완전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보도된 성폭행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조진웅도 6일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것이 저의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입장도 더했다.

 

방송가는 발칵 뒤집혔다. 지난달 30일 이미 방영을 시작한 SBS 교양 프로그램 갱단과의 전쟁 내레이션은 2화 방송분부터 조진웅의 내레이션을 제외했다. 1화의 내레이션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조진웅이 출연한 KBS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 영상은 유튜브에서 비공개 전환됐다. 

 

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조진웅에 대한 제보는 지난 8월 이후 급증했다. 조진웅이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대표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했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 당시 국민특사로 참여했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정의로운 캐릭터를 맡아온 조진웅의 믿음직한 행보였다. 대중 역시 신뢰의 눈으로 그를 바라봤던 터다. 

 

직격타를 맞은 건 tvN 20주년을 맞아 이미 촬영을 마치고 방영을 준비하던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이다.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 역을 맡은 조진웅의 충격적인 과거에 방영 차질이 예상된다. 방송 강행, 공개 연기 등의 해결책이 예상되나 어떤 경우라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배우 조진웅. 뉴시스 제공

이 가운데 일각에선 조진웅의 과거 소년보호처분 이력을 문제 삼아 비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SNS에 “그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 받을 것이다.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미성년자의 재사회화를 위해 소년 재판은 비공개 처리된다. 이에 따라 소년보호처분은 전과로 바라보지 않는다. 한 교수 외에도 여러 법조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소년법의 목적을 강조하며 소년범을 향한 주홍글씨를 우려했다. 

 

뒤늦게 발각된 조진웅의 어두운 과거가 누군가에게 ‘좋은 길잡이’이자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인력과 노력이 깃들어 완성되는 영상 콘텐츠, 더욱이 작품 속 캐릭터를 대중에서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가지는 책임감은 이와 별개다. 대중에게 노출되는 직업의 특성상, 피해자들에게 미칠 2차 가해도 우려된다. 

 

더욱이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조진웅은 2003년 연극배우 시절 폭행 혐의로 벌금형 처분도 받았다. 다음 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데뷔 후 음주운전 전과도 있다.

 

소속사 입장문에서도 “성인이 된 후에도 미흡한 판단으로 심려를 끼친 순간들이 있었던 점 역시 배우 본인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도된 폭행, 음주운전 등 성인 시절의 범죄들도 인정한 셈이다.

 

미성년자 시절 범죄 이력을 딛고 ‘좋은 길잡이’로 성장했을 수 있다. 다만 성인이 된 후에도 법의 심판을 받아왔다는 사실은 수습조차 불가하다. 

 

최근 수년간 과거 저지른 학교 폭력, 성범죄 등이 드러나 파장을 일으킨 연예인들이 수두룩하다. 어린 시절 어떤 일을 저질렀든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하고 유명세를 탔다면 비행 청소년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까. 조금 더 성공한 조진웅만이 길잡이의 자격을 가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성공의 기준은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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