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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없이 볼 수 없다···감동 스토리 쏟아지는 패럴림픽

입력 : 2024-09-05 17:11:08 수정 : 2024-09-05 17: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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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훈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K44 남자 8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김예선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극복 #감동 #눈물

 

 파리에서 날아온 진짜 이야기에 헤시태그를 단다면 이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감동의 극복 스토리가 파리에서 전해지고 있다. 

 

 ‘2024 파리패럴림픽’이 종착지를 향해 달린다. 오는 9일 폐막식을 끝으로 12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한다. 전 세계 182개국서 4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 풍성한 축제를 만들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 도약의 시간이었다. 금메달 5개, 종합순위 20위를 목표로 달렸다. 5일까지 금메달 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1개 등을 획득하며 기세를 높였다. 무엇보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엔 눈물과 땀이 배어 있다. 파리에서 전해진 드라마에 깊은 울림이 있는 이유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이 감동 스토리를 정리했다. 

 

◆ 투혼, 끝까지 최선을

 

 태권도 주정훈(SK에코플랜트)은 이번 패럴림픽 도중 예기치 못한 부상을 입었다. 8강서 상대 선수 공격에 왼쪽 골반을 맞은 것. 통증이 상당했다. 발차기는커녕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루이스 마리오 나헤라(멕시코)와의 4강전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까닭이다. 선수인 만큼 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주정훈은 “동메달결정전을 앞두고 99번 정도는 포기하기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예선 감독의 따끔한 말 한마디가 주정훈을 다시 깨웠다. 결국 태권도 남자 80㎏급 스포츠등급 K44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자신의 한계를 또 한 번 넘어섰다.

김황태가 프랑스 파리 알렉상드로 3세 다리 인근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남자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PTS3 등급 경기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철인’ 김황태(인천시장애인체육회)는 공식적으로 센강을 헤어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2000년 8월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 고압선에 감전됐다. 양팔을 잃었다. 상견례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포기하지 않았다. 패럴림픽 출전을 목표로 육상, 노르딕스키, 태권도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했다. 그러다 트라이애슬론이 정식 종목을 됐다는 얘기를 듣고 도전을 시작했다. 이번 대회서 남자 트라이애슬론(스포츠등급 PTS3)서 종합 10위에 올랐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PTS3 출전 선수 중 장애 정도가 가장 중했다. 이를 악물고 해냈다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전민재가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여자 육상 100m T36등급 결선에서 결승선을 7위(14초95)로 통과한 뒤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 아버지, 나의 아버지

 

 사격 김정남(BDH파라스)은 얼마 전 아버지와 이별했다. 사전 캠프서 훈련 중이라 임종도, 장례도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는 과거 머리를 다친 바 있다. 수술 후 상태가 좋아졌지만 살짝 치매 증상이 왔다. 그리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충격이 컸다. 첫 종목이었던 남자 10m 공기권총 예선서 24위에 머물렀다.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성적이었다. P3 혼성 25m 권총 스포츠등급 SH1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정남은 “너무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언젠가 다시 또 만나게 될 거다. 그땐 자랑스러운 아들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육상 전민재(전북장애인육상연맹)도 아버지를 가슴에 묻고 뛰었다. 4월 눈을 감은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민재는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었다. 여자 100m(스포츠등급 T36) 결선(7위)을 마친 전민재는 스마트폰에 미리 준비한 편지를 꺼내들었다. “자나 깨나 항상 내 걱정과 ‘우리 (전)민재 최고’를 외치며 응원해주시던 아버지가 지금은 곁에 안 계신다. 하늘에서 보고 계실 것이다. 아버지께 메달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적었다. 음성으로 들으며 전민재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휠체어 펜싱 조은혜가 펜싱 사브르 경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 다시, 꾸는 꿈

 

 사고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발생한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은 물론이다. 사격 박진호(강릉시청)도 그랬다. 꿈 많은 대학생이었던 2022년 가을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낙상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던 박진호는 경호업에 종사하거나 태권도장을 운영하고자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공무원 시험까지 알아봤다. 큰 누나 박경미 씨는 한층 작아진 동생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장애인 체육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게 박진호는 처음 총을 들었다. 이번 패럴림픽서 한국 선수단 중 처음으로 멀티 금메달을 신고했다.

 

 휠체어 검객 조은혜(부루벨코리아)는 7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를 꿈꿨다. 영화계에서 활동했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가 대표작이다. 분장팀장으로 영화 흥행의 힘을 보탰다. 낙상 사고를 당했다. 척추 손상으로 더 이상 두 다리를 쓸 수 없었다. 열심히 키워왔던 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재활과정서 우연히 휠체어 펜싱을 접했다. 흰색 펜싱복을 입고 칼싸움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빠져들었다. 무작정 장애인펜싱협회에 연락했다. 주 무대도, 손에 든 도구도 바뀌었지만 열정만큼은 그대로였다. 첫 패럴림픽에 당당히 도전했다.

 

이혜진 기자·파리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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