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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에 놀란 외국인들 의료관광 줄취소…여행업계 ‘울상’

입력 : 2024-12-08 18:46:32 수정 : 2024-12-08 18: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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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성형외과 진료 예약 취소 많아
프리랜서 통역사 수입 감소 불가피”
중동 VIP 1인 평균 진료비 2300만원
씀씀이 큰 고객들 발길 끊을라 우려
문체부 “韓 여행 안전” 업계에 공문

“죄송하지만 이번에 시술 예약을 취소하고 싶어요. 다음 예약 일정은 상황 보고 다시 알려드릴게요.”

# 30대 직장인 일본인 A 씨는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아 미용시술을 받는다. 주로 하이푸(HIFU) 에너지로 피부를 리프팅하는 시술과 필러, 보톡스 등과 그때그때 필요한 피부미용 시술을 받는 식이다. 공교롭게 이번 예약은 계엄령이 선포된 후 3일 뒤였다. 한국 친구들은 큰 여파가 없을 것이라고는 했지만 괜히 불안해 예약을 미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불안감을 호소함에 따라 국내 의료관광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해제한 지난 4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 대합실에서 중화권 이용객들이 계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A 씨는 “한국에서는 고퀄리티 시술을 일본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받을 수 있고, K 컬처와 아이돌도 좋아하다 보니 코로나 19 사태 이전부터 1년에 두 번 정도 한국을 찾아 미용시술을 받고 여행을 즐겼다”며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불안정한 상황 자체가 우려되어서 예약을 취소했다. 언제 다시 갈지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하던 의료관광, 계엄 사태가 찬물 끼얹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관광업계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한국이 여행지로 매력적인 국가로 꼽힌 이유에는 ‘치안’이 빠지지 않는다. 비상계엄은 이 같은 이미지에 분명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사실 자체가 여행객들의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다. ‘21세기에, 그것도 선진국인 한국에서 이런 일이?’ 같은 반응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 의료관광 업계도 한숨을 쉬고 있다. 국내 의료관광 산업은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이후 지속해서 성장해왔다. 한창 잘 나가던 중 코로나 19 사태로 주춤했지만,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객 수는 2023년에만 60만명이다. 이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중국?미국?태국?몽골 순으로 우리나라를 많이 찾았다.

이들 의료관광객 대다수는 고부가가치 치료를 목적으로 방한한다. 의료관광객은 대학병원 등에서 중대질환 치료도 받지만 건강검진, 척추관절, 안과, 피부, 미용, 성형, 한방 등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다. 복지부는 2027년까지 연간 70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아시아 의료관광의 중심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서울 강남에서 미용성형 분야를 진료하는 B 원장은 “우리 병원은 본래 해외 단체 고객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지만, 알음알음 개인적으로 진료를 보러 오는 외국 분들이 좀 있는 편이었다”며 “이번 달에는 이런 분들의 예약 취소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병원과 여행사뿐 아니라 통역사들도 곤란해졌다. 서울 지역에서 일본어 의료통역을 하는 N 씨는 “피부과 성형외과 할 것 없이 손님의 대거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통역 건당 페이를 받는 프리랜서들은 당장 수입이 줄어들게 됐다”고 토로했다.

◆중동 등 VIP 의료관광객 발길 돌릴까 우려

업계 관계자인 C 씨는 “개인 관광객의 취소도 문제이지만, 중동 지역 등 VIP 고객들의 불안감도 의료관광, 여행 업계에 큰 마이너스”라며 “중동 지역의 경우 아예 한 식구가 다 움직인다. 본인이 치료가 필요하거나 건강검진을 받으러 한국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부다처제 가정이라면 모든 아내와 자녀도 함께 한국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 한 층을 다 빌려서 쓰고, 씀씀이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 VIP 단체 일정이 취소됐다고 들었다”며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쌓아온 한국 의료관광 이미지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외국인 환자 유치 기업 하이메디에 따르면 2019년 중동 의료관광객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300만원이었고, 4명 가족이 동반해 50일 체류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체부 “한국 여행 안전합니다” 메시지 전달 나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계엄령 사태 이후 국내 관광업계에 한국 관광이 안전하다는 점을 각국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체부는 “한국관광공사와 관광협회중앙회, 한국여행업협회, 한국호텔업협회, 한국MICE협회, 한국PCO협회 등 관광업계에 한국 정부의 조치 현황과 입장을 안내하는 공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현재 한국의 주요 관광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운영 중이라는 상황을 해외 관련 업계와 방한 예정자들에게 전파해 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다. 문체부는 “우리 정부는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협회와 업계에서 관광객 유치 관리 등과 관련한 필요한 조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과 관련해 안내나 통역, 불편 신고 등 상담이 필요한 경우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 서비스(8개 국어 지원)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문체부는 외교부가 외국 공관에 보낸 외교 공한(공적 서한)도 공유했다. 공한에는 현재 대한민국의 일상생활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고, 관광?경제 활동 등에 영향이 없으므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입국을 목표로 방한 관광 강화에 나서온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던 여행 업계가 적극 활력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만큼 이번 상황에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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