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이 되지 않았더라면 뭐라도 했을 사람이다. 서바이벌 플레이어 장동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을 웃기는 일에도 재주가 많지만 빠른 두뇌 회전으로 문제를 풀고,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 생존 능력을 발휘할 때면 예능에서 보던 장동민이 맞나 싶을 정도다.
서바이벌계에서 레전드로 통한다. 장동민은 tvN ‘더 지니어스’ 시즌 3(2014)·4(2015), ‘소사이어티 게임 2’(2017)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 3’에서도 의대, 서울대, 카이스트 출신의 고학력 출연자들을 압도하는 활약상을 보여줬다. 두뇌 서바이벌 4연패의 위엄을 자랑하며 서바이벌 최강자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가 보여준 능력은 이미 내로라하는 브레인들은 다 알고 있다. 이번 웨이브 피의 게임 3 출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에도 함께 출연을 예고한 플레이어들은 ‘마지막 대전은 그와 치르게 되겠구나’를 먼저 생각했다. 일명 ‘어우장’, 어차피 우승은 장동민이라는 말도 있다.
2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장동민은 “옆집에 사는 평범한 사람, 40대 중반의 이웃 사람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희망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뿌듯함을 밝혔다.
그는 “더 지니어스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고스펙의 브레인들 속에서 그렇지 않은 30대 중년의 남성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는데 이뤘다. 그런 면에서 당시에 ‘어떤 개그맨이 나와도 우승했을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다”며 “10년이 지난 46세에 이런 프로그램을 또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생각조차 못 했다. 그동안 피의 게임 말고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왔었는데, 그때마다 주변에서 ‘나이 들어서 못해. 하지마’라는 반응이었다. 사실 40대 중후반이 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고들 한다.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번에 보여주고 싶었다. 해서 우승 후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같은 레전드이자 영원한 라이벌인 홍진호가 함께 출연하면서 이번 피의 게임 3는 초반부터 장동민 팀, 홍진호 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매 게임마다 장동민은 팀원의 재능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 승리로 이끌었고, 상대의 심리도 예상 적중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개인플레이 부분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마지막 결승 진출자를 추리기 위해 진행한 ‘메모리 카운트’ 게임에서 완벽한 암기와 수리 능력을 발휘했다. 메모리 카운트는 100칸의 게임판에 적힌 숫자와 위치를 암기한 뒤 다시 백지 상태에서 지목된 배열 칸의 숫자 또는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장동민은 거의 다 외웠을 정도로 정답 릴레이를 펼쳤다.
결승전 매치에서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게임 중 미술품 경매에서 홍진호, 악어, 허성범과 다른 시각으로 게임을 분석했고, ‘담보’ 경매의 속성을 먼저 파악해 비싼 매물을 잘 모아 승리했다. 시간차로 공개되는 노란색 선의 위치를 조합해 디지털 숫자를 추리한 뒤, 그 숫자의 합산 값까지 맞춰야 하는 ‘믹스앤매치’ 게임에서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독주했다.
장동민은 그 어떤 두뇌 능력보다도 승부욕이 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늘 이길 수 있었던 건 승리에 대한 갈망, 생존을 위한 열정이 다른 플레이어보다 강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도 ‘생존에 대한 욕구가 누가 제일 컸느냐’에서 1등을 한 것 같다”며 “서바이벌을 할 때 승부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보니 남들보다 상황을 예측하는 부분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연자들이 좀 더 강한 의지를 갖고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비등하지 않을까”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천하의 장동민도 견디기 힘든 순간이 있었다. 제작진의 치밀함에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그는 “지켜야 하는 룰이 있어서 모든 걸 계획하고 사는 사람에게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저 같은 경우는 지금이 몇 시 몇 분 몇 초이고, 언제 이 일을 하고, 언제 화장실에 가고, 언제 잠을 자고 이런 걸 다 계획하는 사람인데, 피의 게임 현장에서는 시간도 알 수 없었고 제작진과의 소통은 아예 불가능했다”며 “시청자들은 절대 모르는 출연진들의 ‘안대 트라우마’도 있다. 생존지인 낙원, 저택, 잔해가 근처에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차를 타고 한 40분 정도를 이동해야 되는 먼 거리였다. 생존지를 이동할 때 늘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안대를 착용해야 했는데, 가는 동안 여긴 어디일까, 난 뭘 해야 할까, 무슨 역경이 닥칠까 온갖 상상을 했다. 하지만 보이지는 않고. 심하게는 공황까지 왔다”고 고초를 토로했다.
그럼에도 서바이벌을 누구보다 즐기는 그다. 생존 게임 정점에 선 장동민은 훗날 프로그램을 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는 “시기와 여건이 잘 맞으면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시뮬레이션에 관해 능력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플레이어 입장에서 생각해 게임을 만들지만 생각을 할 뿐이지 그 입장이 되지는 못한다. 저는 플레이어로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훨씬 완벽한 룰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준비해 놓은 것들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 게임 현정완 PD는 굉장히 높게 사는 제작진이다. K-서바이벌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며 “협업이 가능하다면 같이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일으켰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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