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공연리뷰] 최재림이 빚어낸 ‘시라노’의 진가

입력 : 2025-01-19 08:00:00 수정 : 2025-01-19 09:56:22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뮤지컬 ‘시라노’는 시작부터 시선을 압도하는 ‘커다란 코’의 주인공 시라노(최재림)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뛰어난 말재주와 섬세한 시심(詩心)을 지닌 검객 시라노가 외적인 콤플렉스를 이겨내며 진정한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특히 이번 시즌 시라노를 관람해야 하는 이유라면 단연 배우 최재림이다. 독보적인 성량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호평을 받아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차원이 다른 발성으로 극장을 울린다. 1막에서는 지루함 없이 이어지는 재치 넘치는 대사와 즉흥적인 표정 연기로 관객을 웃음바다에 빠뜨린다. 또 이내 이어지는 2막의 진지하고 서정적인 넘버(노래)에서는 깊은 호흡으로 빚어낸 흡입력 있는 음색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시라노가 가진 복합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연기 내공. 시라노는 겉보기엔 유쾌하고 허세가 가득해 보이지만, 실은 록산을 향한 마음을 숨긴 순애보적인 인물.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록산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처량하다. 최재림은 익살스러움에서 비극적 고독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온도 차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높은 음역대부터 부드러운 저음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그의 보컬 스펙트럼도 돋보인다. 빠른 리듬의 곡에서 들려주는 타격감 있는 발성과, 내면 독백을 담은 넘버에서 뿜어져 나오는 깊은 울림은 서로 다른 장르를 하나의 무대로 깔끔히 연결해 준다.

 

무대 구성과 액션 장면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검객 시라노답게 펼쳐지는 검술 장면에서 시라노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작품의 활력을 책임진다. 배우들 간의 액션 합도 탁월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박진감 넘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희극과 비극을 절묘하게 섞어낸 뮤지컬 시라노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사랑 앞에 떳떳하지 못한 시라노의 콤플렉스가 어쩌면 우리 각자가 지닌 작은 결핍과 닮았기 때문일까. 그 결핍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풀어내는 최재림의 연기에 여운이 깊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시라노가 들려주었던 따뜻한 시 구절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러닝타임 내내 웃고 울게 만든 이 무대가 선사하는 감동은 결코 가볍지 않다. 커다란 코를 빌려 전하고자 했던 진심 어린 사랑의 메시지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극장에 울려 퍼지는 시라노의 목소리는, 우리의 삶 속 작은 콤플렉스마저도 사랑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줄 터이니 말이다.

 

오는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RG컴퍼니, CJ EN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