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올해 예정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6경기를 치러 4승2무를 기록, 승점 14로 B조 선두에 섰다. 예선은 내년 3월부터 재개된다.
사실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3차 예선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홍 감독이 급박하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준비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속된 선임 논란에 휩싸이며 관중의 야유는 물론 감독을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홍 감독은 ‘당장 이기는 경기와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서면서 경기에 집중했다.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분석이다. 아직 수비 조직력이나 골 결정력 등 세부적인 경기력 보완이 숙제로 남아있지만,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99년생 오세훈(마치다 젤비아)과 2001년생 오현규(헹크), 2003년생 배준호(스토크시티)가 대표적이다. 특히 배준호는 손흥민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웠고, 5경기 2골·2도움으로 활약하며 대표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은 “손흥민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극찬을 남겼다. 실제로 손흥민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기에 배준호의 활약과 성장은 대표팀에게 너무나 반갑다.
최전방 걱정도 사라진다. 사실 대표팀 최전방 자리는 조규성(미트윌란)의 부상 이후 무주공산이었다. 홍 감독은 베테랑 주민규를 필두로 오현규, 오세훈을 차례로 시험했다. 한발 앞서있는 건 오세훈이다. 높이와 수비 가담에서 장점이 있는 오세훈은 5경기에 나서 2골을 기록했다. 9월 이라크전에선 배준호의 도움을 받아 데뷔골을 신고했고, 쿠웨이트전에선 장점인 공중볼 경합 능력을 자랑하며 헤더로 연결했다. 대표팀에 꾸준히 승선해 자리 잡는다면, 홍 감독은 최전방 부재에 관한 고민을 덜 수 있다.
이는 오현규도 마찬가지다. 저돌적인 플레이, 왕성한 활동량이 강점인 오현규 역시 A매치에서 2골(4경기)을 적립하며 홍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외에도 많은 젊은 피들이 경험치를 쌓고 있다. 이을용 경남FC 감독의 아들인 이태석(포항), 이현주(하노버)는 지난 14일 쿠웨이트와의 6차전(3-1 승)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9월에 발탁된 양민혁(강원), 이한범(미트윌란), 최우진(인천) 등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으나,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훈련하며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사실 승리가 필수인 사실상 월드컵 진출을 위한 최종 예선 격인 3차 예선에 ‘새내기 선수’를 출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2년 뒤를 바라보며 세 차례의 A매치 기간 동안 9명의 뉴페이스를 발탁했고, 출전 시간을 부여하기까지 했다. 그는 세대교체에 대해 “어린 선수들 역시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력이 우선시되는 것이지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 새싹들에게 확실한 밑거름을 뿌리고 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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