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냥 웃을 수 없는 승리였다.
프로야구 두산이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7점 차 대승이다. 하지만 경기 내내 여유를 찾기 어려웠다. 두산은 13일 잠실 야구장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LG와의 원정경기를 9-2로 이겼다. 이로써, 연패를 끊어내고 주말 3연전 스윕패를 면했다.
연이틀 계속된 악천후가 선수들과 관중을 괴롭혔다. 쌀쌀해진 날씨는 물론, 우박에 강풍까지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빗줄기가 굵어졌다 얇아졌다를 반복하면서 투수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두산 선발 투수 최승용의 경우 불운한 장면이 여러 차례 겹쳤다. 상대 선발 손주영과 마찬가지로 순식간 몰아치는 비 소식에 투구 템포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3회 말 1사 이후엔 강습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는 등 다사다난했다.
직후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타선도 득점지원을 통해 그를 도왔다. 천신만고 끝에 6점 차 리드(7-1)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5회 말,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선두타자 문성주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은 뒤 볼넷만 4차례 줬다. 이 가운데 포수 김기연의 도루저지가 나와 짐을 한결 덜었지만, 제구는 도통 본 궤도로 돌아오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2사 만루 상황, 두산 벤치가 투수 교체를 판단한 배경이다. 최승용은 승리투수 요건 달성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채로 마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이날 그는 4⅔이닝 동안 100구를 던져 5피안타 6사사구 6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5회 말 1점을 허용한 두산은 이내 공수교대와 함께 쐐기 2점을 얻어 9-2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펜 운용엔 여유가 없었다. 이날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우완 최지강은 아웃카운트 6개를 책임지는 등 멀티이닝을 소화했다. 2이닝(25구) 던졌다.
시즌 초부터 총력전을 불사하는 모양새다. 물론 뒤가 없는 판단은 아니다. 두산은 차주 주중 3연전 기간 동안 휴식기를 보낸다. 창원 NC 파크 안전 점검으로 인해 당초 예정된 15~17일 NC 상대 원정 시리즈가 연기된 상황이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한화, LG를 상대로 4연투에 나선 왼손 불펜 김호준 역시 이를 염두하고 내린 기용으로 풀이된다.
경기 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연패를 끊기 위한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1회부터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경기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시즌 첫 홈런을 때려낸 외야수 제이크 케이브를 향한 칭찬도 함께 전했다. “4회 나온 케이브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오늘도 날카로운 스윙을 보여줬다. 한국 무대 첫 홈런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최근 6경기서 2승4패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 평균 4.8명 투입된 불펜 투수들의 업무 강도도 제법 강한 편이었다. 정규리그 144경기 마라톤을 이 속도감으로 뛸 순 없다. 짧다면 짧은 휴식을 앞뒀다. 두산이 재정비 속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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