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스포츠

검색

[산업부 기자의 K리그 인더스트리] 부천FC 가슴에 새긴 ‘부천자생한방병원’… 구단 자생의 발판

입력 : 2025-04-16 07:00:00 수정 : 2025-04-16 09:12:07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서 산업부 기자를 맡고 있다. 2008년부터 K리그를 직관 중인 18년차 ‘올드비’ 팬이기도 하다. K리그 인더스트리는 산업부 기자의 시선에서 국내 프로축구를 바라보며 쓰는 기사다.

 

부천팬 최지석씨가 아들과 함께 부천자생한방병원이 새겨진 올시즌 부천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축구와 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다. 유니폼만 봐도 그렇다. 곳곳에 기업 및 단체의 광고가 붙는다. 하이라이트는 가슴 아래 메인스폰서 자리다. 홍보 효과가 가장 큰 위치고, 그래서 가장 비싸다. 2005년부터 10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인기 구단 첼시의 메인스폰서를 지낸 삼성전자는 연간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그에 상당하는 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는 기업 구단의 경우 모기업이 수십억원에서 백억대 운영비를 내리면서 그 대가 중 하나로 메인스폰서 지위를 누린다. 시·도민구단은 수년 전만 해도 지원금(세금)을 주는 지자체의 슬로건을 유니폼 가슴에 새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2020년 시도민구단 11개 팀 중 유니폼 가슴에 기업명을 붙인 팀은 4개(약 36%)였지만, 올시즌은 15개 팀 가운데 9팀(60%)에 이른다. 그 중 하나가 올해부터 ‘부천자생한방병원’을 품은 K리그2(2부) 부천FC1995다. 최근 부천자생한방병원과 부천FC 홈구장부천종합운동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팬들로부터 메인스폰서의 의미를 물었다.

 

◆ 구단 운영 돕는 후원금에 의료 혜택까지

 

부천자생한방병원과 부천FC는 지난 2월 리그 홈 개막전에서 메인스폰서 업무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병원과 부천종합운동장 사이 거리는 약 6km. 부천 원미구 이웃이라 할 수 있는 두 기관의 인연은 16년 전 시작됐다. 2009년 당시 부천FC는 챌린저스리그에 소속된 창단 3년차 아마추어팀이었고, 개원 4년차 부천자생한방병원은 부천 홈경기에 앰뷸런스와 의료진을 보내면서 연을 맺었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잠시 끊겼던 사이는 올해 13년차 어엿한 프로 구단과 그를 지원하는 메인스폰서 관계로 다시 연결됐다.

 

지난 2월 부천FC 홈 개막전이 열린 부천종합경기장에서 하인혁 부천자생한방병원장(왼쪽)과 조용익 부천FC 구단주(부천시장)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천자생한방병원 제공

 

부천자생한방병원은 구단에 후원금과 의료혜택을 지원한다. 의료혜택은 성익현 한방재활의학과 원장이 주축이 돼 선수·코칭스태프는 물론 사무국 직원, 팬(연간회원·후원회원)에게도 제공 된다. 부천자생한방병원은 양방 의료진도 있고 MRI 등 영상기기를 활용하는 양한방협진병원이다.

 

지원의 대가로 부천 구단 유니폼 가슴에는 부천자생한방병원이 큼직하게 새겨졌고, 홈구장 LED 광고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병원을 알리고 있다. 브랜드데이 홈경기 등을 통해 팬들과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자리도 제공 받는다.

 

◆ 10년 열성팬… 팬심보다 큰 ‘홍보효과’ 기대감

 

지난 9일 부천자생한방병원에서 만난 성익현 원장은 병원과 구단 사이 오작교와 같은 역할을 한 인물이다. 2015년 부천으로 이사 온 뒤 부천FC 팬이 됐다는 그는 최근 두 시즌 홈경기를 전부 직관했으며 수시로 원정경기도 따라다녔다. 성 원장의 진료실에는 부천 유니폼과 사인볼, 마스코트 인형이 자리했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는 올시즌 부천 선수단 이미지가 떠있었다.

 

성익현 부천자생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원장이 진료실에 업무를 보고 있다. 벽에 걸린 부천FC 유니폼, 부천FC 선수단 이미지로 꾸며진 모니터, 부천 구단 마스코트 인형이 눈에 띈다. 박재림 기자

 

팬심에 더해 경제적인 면에서도 들이는 돈과 공력에 상당하는 홍보 효과가 있다고 봤다. 성 원장은 “시민구단 부천FC는 우리 병원과 마찬가지로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이라며 “메인스폰서 계약을 통해 병원을 알리고 또 자연스럽게 시민들 속에 녹아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 지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 원장은 “부상 선수가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건강한 몸으로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면 팀과 병원 모두 좋은 일”이라며 “한방재활의학 전문의인 만큼 축구선수가 흔히 겪는 발목 염좌, 관절·인대 질환, 어깨 통증 등을 케어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계약 후 2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조금씩 홍보 효과를 느끼고 있다. 박경웅 부천자생한방병원 홍보팀장은 “최근 병원에서 부천 홈경기 예매권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성 원장도 “담당 환자 중 인천 유나이티드FC 팬이 있는데 우리 병원이 메인스폰서인 걸 알고 계시더라. 진료는 감사하지만 부천을 응원할 순 없다고 농담을 하셨다”며 웃었다.

 

부천자생한방병원 내 안내판에서 부천FC 홈경기 일정이 나오고 있다. 박재림 기자

 

◆ 구단도 팬도 “메인스폰서는 든든한 버팀목”

 

부천 유니폼 가슴에 기업명이 들어간 것은 2016~2017년 하나은행(당시 KEB하나은행), 2018 덕산 이후 7년만이다. 부천FC는 K리그 시도민구단 중에서도 지자체의 지원을 못 받는 축에 낀다. 지난 1월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시도민구단 예산지원 현황에 따르면 부천은 시로부터 49억1500만원을 받는다. 이는 국내 15개 시도민구단 중 14번째다. 부천시는 경기도 31개 지역 중 재정자립도 23위에 머무는 도시다(부천시의회 발표).

 

이러한 상황에서 부천자생한방병원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였다. 김성남 부천FC1995 단장은 “구단 입장에서 메인스폰서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프로 구단으로서 지역과 상생한다는 상징성도 남다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팬들도 대환영이다. 지난 12일 부천-수원삼성전 홈경기에 아들과 함께 올시즌 유니폼을 착용하고 응원한 최지석 씨는 “20년 이상 부천 축구를 응원하고 있다”며 “최근 구단이 큰돈을 쓰지 못했는데 지원을 해주는 메인스폰서가 생겨 기쁘다”며 웃었다. 지난해부터 부천을 응원하고 있다는 임경 씨는 “우리도 가슴에 메인스폰서를 새긴 팀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김상민 씨는 “부천시의 지원만으로는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기에 스폰서가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고 말했고, 임미숙 씨도 “자금 문제로 좋은 선수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낼 때마다 아쉬웠다. 지역 기업 100개가 유니폼에 새겨져도 좋다”고 언급했다. 이태곤 씨는 “우리팀에 지원하는 모든 스폰서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부천팬 임경씨는 “부천을 응원한 뒤로 가슴에 기업 메인스폰서가 새겨진 건 처음이다. 우리팀도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 “성장 가능성 봤기에 선택”… 함께 가자 1부리그!

 

부천자생한방병원은 CI(Corporate Identity)상으로는 ‘자생’ 폰트가 더 크게 표현되지만 유니폼과 조화를 위해 폰트 크기를 통일시켰다. 김 단장은 “병원에서 배려를 해준 덕분”이라며 “여러모로 우리 구단은 메인스폰서와 함께 뛴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부천자생한방병원의 목표도 구단과 함께 K리그1(1부)로 승격하는 것이다. 성 원장은 “프로야구팀들은 스폰서가 많이 붙지만 K리그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성장할 여지가 크다. 2부리그는 더 그렇다. 부천FC를 선택한 것도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이벌의 성공 사례도 있다. 2013년 2부리그 원년멤버로 시작을 함께한 FC안양은 지난해 2부 우승을 통해 1부 승격을 달성했다. 동시에 안양 구단의 메인스폰서 오상헬스케어(OHC) 역시 인지도를 키우며 상당한 홍보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원장은 “팬 입장에서 부천과 안양은 닮은 점이 많은 구단이었다고 생각한다. 평균 관중도, 성적도 엇비슷했다. 그런 안양이 승격과 함께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평균 관중이 1만명 이상(1만579명)”이라며 “부천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역시 대형 병원으로 성장해야하는 위치다. 함께 위쪽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은 리그 7라운드까지 4승 1무 2패로 승격 플레이오프권인 5위에 이름 올렸다.

 

부천 갈레고가 득점 세리머니를 하면서 메인스폰서가 잘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부천FC1995 제공

 

전국에 21개(자생한방병원 포함) 지점을 둔 자생의료재단의 자생은 환자 자신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도록 치료한다는 의미의 뜻으로, 부천FC를 포함한 K리그 전 구단이 지향하는 요소다. 지자체 세금이 투입되는 시도민구단은 특히 더 그렇다. 마찬가지로 자생을 꾀하는 부천FC가 지역의 자생한방병원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통해 자생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단순 언어유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부천=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