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KT의 좌완 선발 오원석은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6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을 펼쳤다. 팀도 3-0 영봉승을 거두면서 오원석은 시즌 2승(1패)을 신고했다.
힘이 느껴지는 투구였다. 6이닝 노히트로 빛났다. 1회말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5회말까지 12타자 연속 아웃카운트를 챙기는 위력을 과시했다. 유일한 위기였던 6회말 상대 득점권도 침착한 위기 관리로 지워냈다. 7회말 첫 타자 최형우에게 결국 우전 안타를 내주며 노히트가 멈춘 건 아쉬웠지만, 이미 더할 나위 없는 피칭이었다.
총 85구를 뿌렸다. 60구를 택한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146㎞이 찍혔다. 여기에 슬라이더(10구), 커브(8구), 체인지업(7구)이 섞여들어가며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선발승을 물들이고 만난 오원석은 “감이 괜찮은 날이었다. 1회에 조금 흔들렸지만 운 좋게 넘어가면서 잘 풀렸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화제가 됐던 노히트 행진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뒤늦게 알아서 별 생각은 없었다. 당연히 깨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7회 올라갔을 때도 피안타와 별개로 마지막 이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구수에 비해 몸도 조금 무딘 느낌이었다. 내려와서 더 잘 된 것 같다. 불펜 형들이 잘 막아주신 덕에 다행히 이길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즌 출발이 좋다. 4번의 등판 중 3번을 5이닝 이상 소화했다. 그는 “올 시즌은 기복이 없지 않지만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진 않다.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항상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고 말씀해주신다. 긴 이닝을 가져가기 위해 쉽게 쉽게 던지는 메카닉도 많이 알려주신다”며 산뜻한 시작의 이유를 톺아보기도 했다.

직전 등판인 지난 10일 NC전(6이닝 3실점)에 이은 2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눈에 띄는 상승그래프, 이것이 더욱 반가운 이유는 그가 앞둔 다음 등판 때문이다. 지금 로테이션이라면 오는 22일 수원 SSG전에 등판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오원석이 친정팀을 직접 상대하는 첫 경기다.
“빨리 (경기) 하고 싶습니다”는 그의 얼굴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다. 지난 호주 스프링캠프 때부터 “SSG전에 다 나가고 싶다. 1번부터 9번까지 무조건 다 잡겠다”며 보여줬던 패기가 여전하다. 그는 “당연히 그대로다.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전의를 불태운다.
심지어 선발 상대는 SSG의 영원한 에이스, 김광현이 될 확률이 높다. 김광현은 이날 인천 한화전에 선발 등판을 가졌다. 두 팀 모두 로테이션에 문제가 없다면, 둘이 선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각별한 선후배 사이다. 김광현은 일찌감치 오원석을 ‘제2의 김광현’으로 지목했고, SSG를 이끌 차세대 재목으로 아꼈다. 오원석 또한 항상 김광현을 롤모델로 언급하며 대선배를 따라왔다. 하지만 피치 못할 트레이드로 이제는 적으로 마주해야할 처지가 돼버렸다.
오원석은 “광현 선배와의 매치업이 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상으로서 존경하던 선배와 맞붙게 돼 영광이다. 이길 자신은 당연히 있다.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반드시 이기겠다”며 패기 넘치는 도전장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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