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기 상실의 시대, 스타도 스토리도 없다. 위기에 놓인 여자프로농구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구단도 선수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17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따르면 2024∼2025시즌 총 관중(정규리그+포스트시즌)은 12만73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시즌 11만562명보다 9.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17∼2018시즌 12만1134명 이후 7시즌 만에 총 관중 12만명대를 회복했다.
숫자에 취해선 안 된다. 올 시즌 WKBL은 오점을 남겼다.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은 1998년 한국여자농구(WKBL) 출범 이래 처음으로 한 쿼터 무득점에 그쳤다. 지난해 12월16일 신한은행과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1쿼터 동안 슛 16개를 던지고,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선수들의 실수 장면이 회자되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간단한 레이업이나 골밑슛을 번번이 놓치는 장면에 비판이 쏟아졌다. 8관왕을 차지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김단비(우리은행)조차 “화려함보다 기본기부터 다져야 한다”며 “진짜 프로라면 구렁텅이로 스스로 빠져들 정도로 더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스타 부재도 고민거리다. 선수층이 좁고, 새로운 얼굴이 없으니 리그 서사도 메말랐다. 올스타 팬 투표가 방증이다. 2024~2025시즌 올스타 팬 투표 상위 10명 중 30대 이상 선수가 절반 이상이다. 1위 김단비를 비롯, 박혜진(BNK·3위), 배혜윤(삼성생명·6위), 김정은(하나은행·7위) 등 베테랑들이 팬들의 선택을 받았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2000년대생은 8위 이소희(BNK·2000년생)가 유일했다. 심지어 9위는 아시아쿼터로 반 시즌가량을 뛰었던 나가타 모에(KB국민은행)였다. 올스타 상위 10명 명단 가운데 최근 10년간 드래프트서 배출된 신예는 진안(하나은행), 신이슬(신한은행), 이소희 3명뿐이다. 10년 동안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 배출이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략적인 빌드업이 필요하다. 올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홍유순(신한은행) 등 좋은 신예들이 리그에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이들을 육성하고 스타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구단은 물론 연맹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퓨처스리그 활성화, 아시아쿼터 업그레이드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다행히 다음 시즌에는 박지수가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유럽 튀르키예 슈퍼리그에서 한 시즌을 소화한 박지수는 17일 친정 KB 복귀 소식을 알렸다. 박지수는 이날 통화에서 “일사천리로 계약을 진행했다”며 “팬들께서도 기다리고 계시고, 결정을 굳이 미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도장을 찍었다”고 미소 지었다.
박지수 역시 WKBL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유럽서 활약하면서도 WKBL 경기를 꼭 챙겨봤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그는 “저득점 양상이 오래 지속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 혼자만의 힘으로 리그가 확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팬들께서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보탬이 되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리그 전체를 맴도는 이야기가 풍성해질 수 있다. 긴장감 넘치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른바 ‘3강 체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디펜딩 챔피언 BNK엔 박혜진이, 그에 맞선 우리은행엔 김단비가 버티고 있다. 여기에 박지수가 돌아온 KB가 도전장을 내민다면 승패를 떠나 다시 한번 여자농구에 힘이 실리는 서사가 생긴다. 여기에 신예 선수들이 발돋움한다면 리그 스토리는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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