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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의 연예It수다] 커밍아웃: 변화의 시작, 금기란 벽을 넘는다

입력 : 2025-04-27 13:33:36 수정 : 2025-04-27 14: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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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어떤 고백은 세상을 조금씩 바꾼다. 배우 윤여정의 장남, 그리고 K팝 보이그룹 저스트비의 멤버 배인. 최근 한국 연예계에서 들려온 커밍아웃 이야기들이다.

 

18일 미국 피플지와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윤여정은 인터뷰를 통해 할리우드 신작 영화 결혼 피로연에 출연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첫째 아들이 2000년도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을 때 결혼식을 올렸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겪은 개인적 경험을 영화에 녹여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다. 사람들은 절대 공개적으로 또는 자기 부모 앞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는다”며 “고향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직 모르겠다. 어쩌면 거센 비난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한국이 마음을 열기를 바란다.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모르겠다”라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K팝에서도 흔치 않은 장면이 등장했다. 그룹 저스트비 멤버 배인은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저스트비의 월드투어 도중 “나는 게이로서 LGBTQ의 일원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퀴어의 첫 글자를 따 만들어진 약어로, 성 소수자를 의미한다. 

 

배인은 공연에서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부르며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깃발도 흔들었다. 이어 “내 여왕 레이디 가가가 다르다는 것(Being Different)은 아름답다고 보여줬다”고 외쳤다. 

 

2025년, 커밍아웃은 더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연예계 안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고백이다. 팬덤 중심의 산업 구조, 보수적인 언론과 여론, 소속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스타들의 정체성 고백은 종종 스캔들로 소비되거나 침묵 속에 묻혔다.

 

윤여정이 해외에서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한국에서 이 사실을 처음 알렸다면, 대중의 반응은 어땠을까. 배우의 개인사부터 논란의 중심에 놓였을지도 모른다.

 

K팝의 경우는 더욱 복잡하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지만, 국내 팬덤의 정서에 여전히 크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 때문. 특히 보이그룹 팬덤은 이성애적 판타지를 기반으로 유지되기에, 멤버의 커밍아웃은 산업적 리스크로 인식됐다. 배인의 고백이 ‘K팝 보이그룹 역사상 최초’로 언급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사진 설명= 배우 윤여정이 첫째 아들의 동성혼을 커밍아웃하며 화제를 모은 가운데, 그룹 저스트비 배인도 공연 중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했다.

그렇다고 한국 사회가 여전히 제자리만을 고집하고 있는 건 아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 수용은 더 이상 특별한 이슈가 아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메리 퀴어, 남의 연애처럼 동성 커플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대중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대다. 전자책 플랫폼 리디는 보이즈 러브(Boy’s Love)로 불리는 남성 동성애 장르 BL 웹툰 등 여성향 콘텐츠를 앞세워 2021년 매출 2000억 원대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처럼 글로벌 콘텐츠와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성장한 세대에게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여는 창이다. 

 

윤여정의 고백, 배인의 선언은 그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지표다. 변화는 시작됐다. 금기란 벽을 넘는다. 글로벌 팬덤의 다양성 존중 문화, 그리고 성 소수자의 인권 의식 확산은 보수적인 한국 연예계에도 작은 균열을 만들고 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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