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SK가 소중한 1승을 거뒀다. 11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LG와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선승제) 4차전서 73-48(26-10 16-13 14-11 17-14) 완승을 거뒀다. 패배는 곧 시즌 종료로 연결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이번 시리즈서 처음 울린 승전고다. 홈에서 치른 1, 2차전을 내리 내준 뒤 적지서 펼쳐진 3차전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이날 승리도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1승3패, 여전히 불리한 위치지만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았다.
기적에 도전한다. 확률 0%를 눈앞에 마주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서 1~3차전서 내리 패한 팀은 예외 없이 4차전서 상대팀이 축포를 터트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하나둘 쌓이는 패배만큼 선수단 자신감도 떨어졌다. 전희철 SK 감독은 이날 맞대결에 앞서 “시즌을 치르다 보면 리듬이 있다. 살짝 떨어지는 시점에, 마침 LG는 올라가는 시기와 맞물려 격차가 커졌다”면서도 “3연패 하고 역스윕한 팀이 없다더라. 반대로 생각하면 역사를 세울 수 있는 새로운 날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 SK는 정규리그 우승 팀이다. 개막 전 중위권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보란 듯이 역대 최단 기간인 46경기 만에 1위를 확정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오히려 마음을 비웠다. 전 감독은 “슈팅력이 떨어지면서 선수들 모두가 부담이 큰 듯하다”면서 “편하게 던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팀이지만 LG가 참 잘하더라. 인정할 건 인정해야한다. 단,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걸 살려보자고 했다”고 귀띔했다.
뒤를 돌아볼 수 없는 경기. SK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전 감독의 말대로 자밀 워니, 안영준 등 해줘야할 선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었다. 김선형, 오세근 등 베테랑들의 활약도 큰 힘이 됐다. 작은 기회들이 득점으로 이어지며 LG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전반전 한 때 23점까지 차이를 벌리며 앞서나갔다. 가장 반가운 부분은 외곽 슛이다. 총 8개를 성공시키며 상대 수비를 흩뜨려놓았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20%대 초반에 머물렀던 3점 슛 성공률이 23% 초반까지 올랐다. 위기도 있었다. 3쿼터에만 턴오버 6개를 범하며 스스로 흔들렸다.

간절함이 선수단을 깨웠다. 부상 악재가 드리우는 가운데서도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누구 한 명에게 집중되는 공격 패턴이 아닌, 고른 루트도 눈에 띄었다.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그 가운데서도 김선형, 안영준이 각각 15득점, 13득점을 올리며 포효했다. 상대적으로 워니(14득점)의 득점이 저조했음에도 큰 점수 차로 이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날 LG의 48득점은 역대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저 득점이다. 최대 강점인 속공이 9개로 살아난 것은 물론 높이에서 열세까지도 똘똘 뭉쳐 극복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45-37로 밀리지 않았다.
반격에 성공한 SK가 기세를 일으킬지, LG가 치열한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두 팀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으로 다시 장소를 옮겨 오는 13일 5차전에서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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