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스타의 파괴력은 보란 듯이 살아났다. 이제 호랑이들의 힘을 합친 포효가 필요한 때다.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으로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외치며 임했던 KIA의 2025시즌, 너무나도 풀리지 않는다. 통상적인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승률 5할에 닿는 것조차 힘들다. 지난 18일 광주 두산전 승리로 10경기 이상 기준 첫 5할을 맞췄지만, 지난 주말 삼성전 루징 시리즈로 다시 추락(26일 기준 24승26패)했다.
분위기를 바꿔줄 낭보는 있다. 바로 2024시즌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에 빛나는 김도영의 완벽한 부활이다. 올해 개막전에서 햄스트링 손상을 입은 그는 이후 한 달을 통째로 날렸다. 그랬던 김도영의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라왔다. 지난주 타율 0.400(25타수 10안타) 4홈런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67의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 24일에는 부상 이후 봉인했던 도루까지 2개나 성공시키며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백미는 4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지난 22일 수원 KT전, 23∼25일 대구 삼성전에서 모두 손맛을 봤다. 지난 15일 광주 롯데전 3호포 이후 일주일 만에 가동된 대포가 쉴 줄 몰랐다. 타구의 질도 주목해야 한다. 맞자마자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완벽한 타구를 연일 생산했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 트랙맨에 따르면 22일 윌리엄 쿠에바스(KT) 상대 4호포의 타구속도와 비거리는 각 174.9㎞-139.9m가 찍히기도 했다. 나머지 홈런들도 모두 타구속도 170㎞, 비거리 130m 언저리를 맴돌았다.
그럼에도 패배가 쏟아졌다. 올해 마주한 극심한 타선 불균형 때문이다. 시즌 내내 제 역할을 해주는 최형우(타율 0.335)가 최고령 버팀목으로 빛나는 가운데 잠재력을 터뜨린 오선우(타율 0.311)와 김도영의 분투가 힘을 얹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도움이 전무한 수준이다. 각자의 부상과 부진 속에 좀처럼 제 궤도를 찾지 못한다.


괴력의 클린업을 기대하게 했던 패트릭 위즈덤과 나성범은 각각 허리, 종아리 문제로 마음처럼 정상 가동되지 않는다. 3할 타율 보증 수표인 김선빈도 왼 종아리 문제로 올해만 벌써 2번째 1군에서 말소됐다.
2년 연속 3할 타자로 빛난 박찬호는 타율 0.266으로 다소 식어 있다. 높은 출루율(0.367)로 버텨보지만, 해결사가 부족한 팀 사정상 더 활발한 타격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최원준은 초라한 1할대 타율(0.195)로 2군에서 재정비 중이다. 여기에 쏠쏠한 힘을 더해주던 이우성도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타율 0.241)로 팬들의 눈총을 받는 중이다.
KIA는 ‘V12’에 닿은 지난해 무서운 타선의 힘을 보여줬던 팀이다. 50경기 이상 기준 3할 타자만 8명을 배출했으며, 리그 유일 팀 3할 타율(0.301)까지 찍었을 정도다. 그때의 날카로운 공격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다가올 한여름의 반등은 희망사항에 그칠 수밖에 없다. 힘겨운 과제를 받아든 호랑이 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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