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를 사랑했고, 야구를 잘하고 싶었고, 야구장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늘 간절했습니다.”
프로야구 KT의 ‘영원한 캡틴’ 박경수가 정든 그라운드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지난 시즌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가운데 선수로서 홈 팬들 앞에서 특별한 순간을 만끽했다.
2003년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KBO리그 통산 2044경기 출전, 1396안타 161홈런 719타점을 남겼다. 선수로만 22년을, 막내 구단 KT 유니폼을 입고 10년여를 활약하는 등 역사의 산증인이다.
KT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박경수 KT 1군 퀄리티컨트롤(QC) 코치의 은퇴식을 열었다. 1만8700명 만원관중이 운집했고, 박 코치는 은퇴선수 특별 엔트리로 9회 초 수비에 깜짝 출전하며 425일 만에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기도 했다.
박 코치가 “이렇게 은퇴식을 받으면서 은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이라며 “찾아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감격에 찬 목소리를 낸 까닭이다.


마법사 군단서 크나큰 족적을 남겼다. 2015년 자유계약선수(FA) 이적 후 창단 첫 통합우승(2021년)과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2020~2024년)을 두루 이끈 바 있다. 2021년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6시즌이나 주장을 맡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때를 돌아본 박 코치는 “가장 힘들었던 해는 첫 주장을 맡았던 2016년”이라고 했다. “다들 우리 팀을 약팀으로 분류했고, 많이 졌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에게 패배 의식이 스며들지 않게 하려고 많이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스스로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기본을 우선시했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 했지만, 수장과 동료들의 평가는 다르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 코치를 향해 “KT의 문화를 잘 잡아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부임했을 때(2019년)부터 팀 루틴이라든지 분위기가 이미 잘 정착돼 있었다. 박경수와 유한준 둘의 역할이 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함께 정상에 올랐던 2021년의 기억은 여전히 강렬하다. 이 감독은 “정규리그 1위 결정전 9회 호수비부터 KS서 보여준 병살수비, 그리고 목발 투혼까지 모두 새록새록하다”고 웃었다.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진 베테랑 투수 우규민은 “오랜 시간 ‘선수 박경수’와 함께해 온 만큼 시원섭섭하다. 코치로서도 충분히 잘 해낼 거라 믿고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후련한 마음과 함께 선수 생활 마침표를 찍는다. 박 코치는 “어린 시절 이종범 코치님과 유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님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며 “프로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치르며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충분히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부터 지도자로 새출발을 알렸다. “몸이 안 아프니 코치 생활이 더 즐겁다”는 박 코치는 “보는 시각이 선수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코칭스태프가 매일 이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굉장히 재밌다”고 밝혔다.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로는 ‘인내’를 꼽았다. 그는 “야구는 잘하고 싶다고 잘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했다.
열렬한 응원을 보낸 팬들을 향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은퇴식서 마련된 특별단상에 오른 박 코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박경수라는 이름이 여러분의 기억 속 좋은 선수로 남기를 소망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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