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Moon)과 태양(Sun)이 함께 빛날 채비를 마쳤다. ‘문’경은 감독과 김‘선’형의 재회로 시선을 모으고 있는 프로농구 KT가 ‘허훈 쇼크’를 딛고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우승 경력직 수장과 코트를 누빌 산전수전 베테랑 가드의 조합을 완성하며 팀 분위기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혼돈의 에어컨리그였다. 오랜 시간 팀과 함께했던 프랜차이즈 스타 허훈이 KCC로 자유계약선수(FA) 이적을 하게 된 것이다. 잠시나마 프런트 수뇌부와 사령탑 공백까지 겹치면서 여러모로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뼈아픈 이탈을 뒤로하고, 빠른 뒷수습으로 공백을 메우는 데 집중했다.
FA로 김선형을 영입했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 당장 보상선수 지명과 외국인 선수 구성이 눈앞에 놓여 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거의 매일 머리를 맞대며 전력 구상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새 그림의 중심에 김선형이 서 있다. “빠른 트랜지션이 기본인 팀 컬러를 만들겠다”는 문 감독은 “속공에 강점이 있는 김선형이 중심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KT 관계자는 “집토끼 허훈의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변수가 워낙 많았기에 ‘플랜B’로 김선형을 조금씩 염두하긴 했었다”고 전했다.

타 구단의 관심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부에선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 와중 허훈의 이적은 현실이 됐고, KT가 재빠르게 김선형의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문 감독의 존재 덕분이다. 구단 측도 “한솥밥을 먹었던 사제 관계 아닌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건 다 이유가 있다”고 귀뜀했다.
가장 급한 건 허훈 이적에 따라 발생되는 보상선수 선택이다. KT는 보상선수 1명과 직전 시즌 보수 50%(3억5000만원)를 받거나 보수 200%(14억원)를 요구할 수 있다. 슈퍼스타가 즐비한 KCC는 허훈을 포함해 4명의 보호선수를 꾸려 6일 오후 6시까지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어떤 선수를 보호명단에서 빠지는지에 따라 KT의 선택지가 갈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고민이 여전히 깊은 대목이다. 8일 오후 6시까지 보상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하듯 고려하는 단계에 있다.
일각에선 포지션 상관없이 최고 가치를 지닌 선수를 데려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다만 위험 요소가 크다는 반응이 뒤따른다. 샐러리캡도 고민거리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KT가 필요한 건 슈터다. 제아무리 최상급 카드를 내밀어도 지금 그런 자원을 트레이드 시장에서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전한 까닭이다. 구단은 “분주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말 끝까지 머리 아프게 고민할 듯싶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도 관건이다. KT는 최근 이 문제로 연거푸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시즌 2옵션서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문 감독은 “무작정 뛰어난 개인기량만을 중시하진 않는다. 국내 선수들과의 궁합, 팀 컬러에 맞는 외국선수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풀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찾는 게 어렵다. 부임 직후부터 매일 영상을 분석하고 리스트업 작업을 되풀이 중이다. 여유롭진 않다. 속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깨가 무겁다. 새 시즌 목표는 우승 도전이다. 이에 너털 웃음을 지은 문 감독은 “책임감이 무척 큰 건 사실이다. 즐기려고 한다. 내 성향이 그렇다. 이젠 스트레스를 갖고 놀 줄 알아야 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내가 중압감을 책임질 테니,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에서 편한 마음으로 우승을 목표로 삼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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