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커룸으로 대피하세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친다. 개막한 지 일주일가량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경기가 4차례나 지연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세계 축구인의 축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도 미국(캐나다, 맥시코 공동 개최)에서 내년 이맘때쯤 열린다. 변덕스러운 날씨 걱정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최강 클럽들이 참가한 2025 FIFA 클럽월드컵이 지난 15일 개막했다. 기대와 달리 흥행은 들쭉날쭉하고, 악천후까지 겹치며 대회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4경기가 폭풍과 뇌우 등 기상 악화로 지연 끝에 치러졌다. 이번 주부터는 41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질 예정이라 걱정은 커져만 간다.
경기 지연 시작의 주인공은 울산 HD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였다.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인터앤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1차전 킥오프 직전 낙뢰 위험성이 감지됐다. 경기를 앞두고 열심히 몸을 풀던 선수단은 ‘라커룸으로 들어가세요’라는 안내에 어리둥절하며 이동했고, 관중 역시 실내로 이동하라는 지시에 대피했다. 경기는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재개됐다.
이후 3번이나 쉼표를 찍었다. 파추카(멕시코)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경기는 뇌우로 97분 정도 지연된 끝에 재개됐다. 파우메이라스(브라질)와 알아흘리(이집트), 벤피카(포르투갈)와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 경기도 뇌우와 폭풍우로 지연됐다.
특히 벤피카-오클랜드 시티전은 2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했다. 브루노 라즈 벤피카 감독은 “나의 커리어에서 가장 긴 경기”라며 “5시간 동안 팀을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경기를 했지만 날씨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미국엔 ‘8마일(12.9㎞) 낙뢰 규정’이라 불리는 안전 매뉴얼이 존재한다. 야외 스포츠 활동 중 인근 지역에 낙뢰가 확인되면 대피해야 한다. 30분 동안 낙뢰가 없으면 경기가 재개된다. 30분간 기다리는 사이 또 낙뢰가 발생하면 다시 30분을 대기해야 한다.
경기 지연과 악천후는 경기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호세 리베이로 알아흘리 감독은 “(지연으로) 경기 리듬을 되찾는 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미드필더 마르코스 요렌테는 “말도 안 된다. 끔찍하게 덥다. 발톱을 다쳤다. 달리거나 멈출 수가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 같은 악천후가 내년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중미월드컵은 내년 6월11일부터 7월19일까지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린다. 악천후는 한국 대표팀에도 빨간불이다. 무더위 속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경기 지연으로 끌어올린 컨디션이 무너질 수도 있다. 세밀한 선수 로테이션은 물론, 기후 변수에 대응할 전술적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개최국 미국 역시 악천후로 인한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대회를 흔드는 변수는 경기장 안이 아닌 하늘에서 시작됐다. 날씨는 컨디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준비는 기술뿐 아니라 환경까지 포함돼야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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