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반려동물문화센터 ‘내품애(愛)센터’가 개소 1주년을 앞뒀다. 지난해 4월17일 서울시 최대 규모(3층·총 면적 760㎡)로 문을 연 뒤 반려가족은 물론이고 유기동물과 비반려인도 함께 껴안으며 전체 구민과 동물을 위한 포근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내품애센터는 앞서 서대문 등기소였으나 2020년부터 공실로 비어있던 장소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30년 반려견 전문가를 자처하는 윤희본 센터장 이하 8명 동물훈련사와 4명 행정업무 담당자가 순환근무를 하며 연중무휴로 운영 중이다. 윤 센터장은 “내품애센터는 서울 최대 규모일뿐 아니라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곳”이라며 “위탁이 아닌 직영으로 운영된다. 1년 이상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4월 개소했다. 1년 만에 다른 지자체의 롤모델로 발돋움 했다”고 자부했다.

◆ 반려가족 위한 행사와 돌봄쉼터… “믿고 맡길 수 있어”
내품애센터는 펫티켓 교육, 어질리티(반려견 스포츠) 체험, 요가·피트니스, 행동교정 교육, 미용 및 위생관리 교육 등 반려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친다. 2층 교육실과 3층(옥상) 운동장을 주로 활용하며, 센터 방문이 어려운 반려가족을 위한 ‘찾아가는 우리동네 댕댕박사’ 프로그램도 매주 진행한다.
반려견 돌봄쉼터로서 중요한 역할도 한다. 당초 설과 추석 같은 명절 연휴에 구민 반려견을 돌봐주는 것이 이제는 입원, 장례, 출장, 이사 등 보호자가 사정이 있을 때 위탁이 가능하도록 상시 운영으로 바뀌었다.

윤 센터장은 “돌봄쉼터에 대한 호응이 상당하다. 최대한 많은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반려견당 연 10일로 기한을 한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삿날에 반려견을 맡겼다는 구민은 “다른 곳에 살다가 서대문구로 왔다. 이삿날 강아지가 고민이어서 찾아보던 중 내품애센터에서 이사할 때 반려견을 돌봐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서 더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 유기동물 보호하며 입양까지… 10마리에게 ‘새 삶’ 선물
반려동물 뿐 아니라 유기동물도 품에 안았다. 구내에서 구조한 유기견과 유기묘를 센터 보호실에서 돌보며 질병을 고치고 사회화 교육을 거쳐 구민 입양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개소 1년 만에 10마리 유기동물에게 반려동물로서 새 삶을 선물했다. 이곳에서 지내다 입양처를 찾은 동물들의 사진이 센터 벽면 곳곳에 붙어있다.

치와와 믹스견 ‘치치’도 내품애센터에서 견생역전을 이뤘다. 다리를 심하게 다친 채로 버려진 치치는 한 동물병원에서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지난해 8월 내품애센터에 왔다. 센터 직원들의 극진한 보살핌과 병원 물리치료를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회복했다. 그리고 지난 2월 구민에게 입양되며 ‘행복’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센터 직원이자 세 고양이의 집사 백주림 씨는 “이곳은 보호동물 관리가 정말 잘 된다. 모든 강아지들이 하루에 두 번 이상 산책을 한다 아시다시피 홍제천은 반려견 산책로로는 최고의 장소”라며 “사회화 훈련, 건강검진도 자주 한다. 이렇게 잘 돌보기 때문에 입양이 잘 되는 것 같다”고 자부했다.
◆ 비반려인에게도 열린 공간… “강아지로부터 얻는 힐링”
2층 사랑방과 테라스, 3층 운동장은 반려가족과 보호동물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인 동시에 비반려인에게도 활짝 열린 공간이다. 구민이라면 누구나 방문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비반려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덕분에 비반려인으로 처음 센터를 방문했다가 보호동물을 입양해 반려인으로 거듭난 사례도 적지 않다.

동물매개 치유 프로그램도 매달 펼쳐진다. 한국삽살개재단에서 ‘파견’된 매개 치유견 ‘대호’와 ‘서단’이가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주민,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윤 센터장은 “동물매개 치유 프로그램을 정례화한 곳은 우리 센터가 서울에서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날 점심시간을 맞이해 구청 직원들이 삼삼오오 센터를 방문해 보호동물을 보고 가기도 했다. 이들은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면서 힐링을 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 직무실서 유기견 돌본 이성헌 구청장… “주민 행복에 기여하는 공간”
‘행복’이와 ‘행순’이는 내품애센터의 마스코트견이다. 지난해 초 북한산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아직 센터가 문을 열기 전이었는데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직접 집무실에서 약 2개월 동안 돌봤다. 이 구청장은 이날도 센터를 방문해 현황을 확인하고 강아지들에게 간식을 줬다. 강아지별 이름과 근황을 모두 꿰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직원은 “매주 최소 1~2회씩은 찾아오신다”고 귀띔했다.

이 구청장은 “진돗개 5마리와 치와와 1마리를 돌보는 반려인이다. 이곳 센터장님 덕분에 개의 매력에 빠졌다”며 “행복이와 행순이는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씨에 발견됐다. 당시 2~3개월령 강아지여서 집무실 집기를 다 물어뜯고 놀았다. 어느덧 이렇게 커서 뿌듯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구청장은 “서대문구의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3만 세대, 약 6만명에 이른다. 지난 1년간 내품애센터가 반려가족들 뒷바라지를 잘 했고, 유기동물 입양에도 크게 공헌했다”며 “앞으로도 비반려인을 포함한 30만 구민과 동물의 행복에 기여하는 공간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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