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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관식 쓰러뜨린 다발골수종…요즘이라면 더 살았을 텐데

입력 : 2025-04-24 18:39:01 수정 : 2025-04-24 18: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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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혈액암…韓 환자 9000명
이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
“졸음·의식 저하·오심 등 증상
정기 건강검진이 최선 예방책
20년간 항암 성과 크게 발전”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관식이 다발골수종으로 사망하며 시청자들을 울렸다. 배우 박해준이 열연한 중년의 관식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병을 발견한다. 문제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는 것. 수차례의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관식은 결국 5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애순과 이별하게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배우 박해준이 열연을 펼친 주인공 관식은 다발골수종을 뒤늦게 발견해 50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넷플릭스 제공

다발골수종은 림프종, 백혈병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이다. 다발골수종은 우리나라에서 림프종 다음으로 많이 생기는 혈액암으로 생각보다 흔한 병이다. 예전에는 생소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진단받는다. 2022년 기준 약 2000명이 다발골수종으로 새롭게 진단됐다. 치료 중이거나 장기 생존한 환자를 합하면 약 9000명 이상이 다발골수종에 해당한다.

다발골수종은 어떤 질환일까. 2025년 이를 발견했다면 관식은 살 수 있었을까. 이재훈 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로부터 질환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이 교수는 한국다발성골수종연구회 초대 회장,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회장을 지낸 해당 분야의 전문가다.

이재훈 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가 다발골수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기준 평균 생존기간이 3년 정도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환자들도 늘었다”면서 “드라마 속 관식이 투병한 2000년대 초반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도 지금이라면 조금 더 삶의 질을 높이면서 장기생존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길병원 제공

-다발골수종, 아직 생소하게 느껴진다.

“다발골수종은 골수 안에 있는 형질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어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형질세포는 바이러스, 세균 등 항원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증식되면서 정상적인 항체가 아닌 항체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단백질인 M단백을 많이 만들게 된다. 이는 여러 장기를 망가뜨리고 환자를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를 다발성 골수종이라고 한다.”

-질환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확한 발병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다보니 사실상 예방법은 없다. 다만 무증상 단계에서 건강검진 시 M단백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예후가 훨씬 좋아진다. 그만큼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악화를 막는 최선의 예방책이 될 수 있겠다. 혈액과 소변검사에서 M단백이 발견된 경우 골수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들을 통해 다발 골수종으로 확진하고, 전신 CT나 MRI 등 검사로 골침범 병변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게 된다.”

-다발골수종의 특징적인 증상은.

“병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졸음, 의식저하, 오심 등을 겪을 수 있다. 약 70% 정도의 환자가 뼈의 통증, 골절 등 정형외과적 문제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받는다. 20% 정도는 콩팥 기능 저하, 빈혈 등으로 병원을 찾는다.”

-극 중 관식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았는데, 이는 다발골수종과 연관이 없나.

“류마티스 관절염이 다발골수종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다발골수종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두 질환이 환자의 정상적인 면역 체계 이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관관계를 찾을 수는 있겠다.”

-완치는 어려운가.

“완치가 쉽지는 않지만 지난 20년간 항암치료 성과가 가장 발전한 질환이 다발골수종이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약 20여년 만에 수많은 신약들이 상용화 됐고 치료 성적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기준 평균 생존기간이 3년 정도에 그쳤다. 최근에는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환자들도 늘었다. 드라마 속 관식이 투병한 2000년대 초반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도 지금이라면 조금 더 삶의 질을 높이면서 장기생존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크게 약물, 주사 등 항암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항암치료 등으로 다발골수종을 관리하되 나이가 들어 다른 질환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장기 생존하는 게 치료 목표다. 조혈모세포이식, 방사선치료 등 보조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 다음 세대 치료제로 여겨지는 이중항체 치료제 임상시험, CAR-T세포 치료 등이 성과를 거둔다면 다음 치료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조혈모세포이식,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치료인가.

“조혈모세포이식은 환자의 신체 활력 상태를 고려해 보통 70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최근에는 고령 환자에서도 신체 상태에 따라 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환자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데다가 고령환자가 많고, 당뇨나 고혈압, 만성콩팥병증 등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항암제 사용시 여러 제한점이 있다. 하지만 적절한 관리와 장기 레이스에서의 환자, 보호자, 의료진과의 소통 등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좋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환자들에게 제언해달라.

“우리나라의 치료 성적은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세계적인 임상시험도 국내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다. 항암제의 부작용도 과거와 달리 크게 개선된 만큼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해 병을 이겨내길 응원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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