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뜩이는 재치, 그럼에도 환하게 웃을 수 없는 하루였다.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주루에서도 기술적인 슬라이딩을 앞세워 도루 하나를 올리는 센스까지 선보였다. 다만 3차례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면서 큰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는 3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서 열린 2025 MLB 정규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 4연전 첫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0-1로 석패했다.
앞서 하루 전 마이애미 말린스 상대로 선발 출전 대신 휴식 차원의 후반 1이닝 대수비만 소화했던 이정후가 선발 라인업에 복귀, 2번타자 겸 중견수로 5타수 1안타 1도루 3삼진을 기록했다. 주로 3번을 책임졌던 그의 올 시즌 3번째 2번타자 출전이었다.
이정후의 이날 첫 타석은 1회 말 무사 1루에서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 스티븐 콜렉에 맞서 좌익수 뜬공에 머물렀다. 두 번째 타석도 콜렉 상대로 가로막혔다. 3회 말 풀카운트 및 7구 승부 끝에 시속 148.4㎞ 커터가 반대편 배터박스 상단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절묘하게 들어오면서 루킹 삼진을 당했다.

3번째 승부에서야 마침내 웃을 수 있었다. 이정후는 양 팀이 0-0으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6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151.3㎞ 직구를 공략해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흘러가는 안타를 쳤다.
‘바람의 손자’다운 장면도 만들었다. 아버지 이종범 KT 코치를 연상케 한 것. 1루 주자로 나간 이정후는 후속 윌머 플로레스의 타석서 2루로 내달려 도루에 성공했다.
그의 올 시즌 6번째 도루다. 아슬아슬한 상황에 최초 판정은 아웃, 곧장 비디오 판독을 거쳐 세이프 번복됐다. 이 과정에서 수비수의 태그를 기술적으로 피하는 재치를 선보인 것이 조명되기도 했다. 다만 뒷 타선이 침묵하면서 득점으론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경기 후반부에 나왔다. 이정후는 7회 말 2사 만루 기회서 3구삼진에 그쳤다. 흔들리던 상대 불펜을 세차게 흔들 수 있던 기회였지만, 샌디에이고 불펜 제레미아 에스트라다의 156.1㎞ 강속구에 헛스윙으로 이닝이 종료됐다. 그는 9회 말 2사 1루에서도 5구 승부 및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는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희생플라이 실점을 허용하며 1점 차로 졌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77에서 0.275(229타수 63안타)로 소폭 하락했다. 무뎌진 방망이를 재차 예열할 필요가 있다. 이정후는 3, 4월에만 30경기에 나와 타율 0.319(116타수 37안타)를 때려낼 정도로 매서운 타격감을 자랑한 바 있다. 5월에는 27경기 동안 타율 0.231(108타수 25안타)을 기록, 뜨거운 기세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향세를 떨쳐내고 재차 반등 곡선을 그려내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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