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어둠을 뚫고 작은 빛을 찾았다. 새 출발선에 선 지금,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프로야구 두산이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로 귀중한 첫 승을 따냈다. 4연패 탈출을 포함, 조 대행이 임시 지휘봉을 잡은 지 3경기 만이었다. 두산은 5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KIA와의 홈경기 연장 혈투 끝에 10회 말 김민석의 끝내기 안타로 2-1 신승을 거뒀다.
주중 3연전 내내 베테랑과 신예들의 하모니를 끌어내고자 했던 두산 벤치의 간절한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이날만 해도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의 열정적인 주루 플레이가 나왔고, 정수빈과 케이브, 양의지 등이 합작해 선취 득점을 이끌기도 했다.


신인 내야수 박준순은 KIA와 맞붙은 이번 3경기서만 5안타 1도루를 책임진 가운데 4년 차 좌타 자원 김동준의 타격도 수차례 번뜩였다. 심지어 끝내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화룡점정은 김민석의 몫이었지만, 나아가 젊은 선수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시리즈다.
이로써 KIA 상대로 연거푸 이어진 7연패의 고리도 끊어냈다. 마무리로 돌아온 김택연도 9, 10회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팀의 승리를 도왔다. 나흘 전 이승엽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팀의 첫 번째 승리다.
승전고를 울리는 건 좀처럼 쉽지 않았다. 두산은 올 시즌 큰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61경기 동안 24승3무34패(승률 0.414)로 리그 9위에 자리했다. 새롭게 수장 역할을 수행 중인 조 대행은 선수들을 향해 ‘허슬두’의 의미를 강조하며 책임감과 헌신적인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신예들을 적극 기용, 새로운 그림을 그려갈 것을 예고했다.

무작정 ‘리빌딩’을 외치는 건 아니다. 조 대행은 앞서 4일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리빌딩이라는 단어를 쉽게 꺼낼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이 기회를 받는 것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절실하게 뛰어주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어 “헌신하는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고, 열과 성의를 다하는 선수가 기회를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 대행은 오랜 시간 벤치서 두산을 지켜봤다. 선수들이 자신의 야구가 풀리지 않는다고 마운드와 배터박스 위, 또한 더그아웃에서 마냥 인상만 쓰는 장면과 태도는 경계한다. 야구는 개인 운동이 아닌 팀 스포츠다. 소방수를 맡게 된 그가 “베테랑은 후배들을 챙기며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젊은 선수는 나이에 걸맞은 에너지와 활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뼈 있는 당부를 전한 까닭이다.
팀을 추스르며 첫 승을 일군 조성환호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방향을 잡아간다. 당장의 결과보다 과정 만들기와 분위기 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다. 조 감독대행 체제에서 곰 군단이 어떤 색깔을 입혀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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