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자리라는 걸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네요. 저도 그랬거든요(웃음).”
2002년 여름, 인천 문학야구장(현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막판까지도 팽팽한 승부를 자랑했다. 이 흐름을 깬 건 ‘리틀 쿠바’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었다.
당시 현대 소속으로 감독 추천 선수(서군)로 출전, 중도 투입된 그는 0-1로 뒤진 9회 역전 2타점 2루타를 날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미스터 올스타의 영예 역시 그의 몫이었다.
박 위원은 현역 시절 호타준족을 대표하는 외야수로 명성을 떨쳤다. 단일시즌 30홈런-30도루를 무려 3회(1996, 1998, 2000년) 달성한 게 방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재홍 이름 석 자 앞에 ‘별들의 별’이 붙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다.
올스타전과의 인연이 무척 깊다. 2008년까지 총 10차례 초대받은 가운데 신인 시절 1996년 팬 투표 최다득표(5만715표·69.5%)는 물론, 홈런 더비도 현대와 SK(SSG의 전신) 유니폼을 입고 3번(1997, 1999, 2008년) 정상에 올랐다.
가장 또렷하게 남은 기억은 역시 23년 전 미스터 올스타에 우뚝 선 순간이다. 이때를 떠올린 박 위원은 “감독 추천 선수로 갔기 때문에 스타팅이 아닌, 교체 선수로 대기하고 있었다”며 “그날따라 경기가 투수전으로 흘러가면서 정말 팽팽했다. 사실 투입 자체는 5회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수비로 나왔고, 7회 초 첫 타석은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아쉬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놓치지 않았다.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기회였다. 9회 초 1사 2, 3루에서 우완 클로저 진필중(당시 두산)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뽑아낸 것. 박 위원의 2타점 및 1득점 활약에 힘입은 서군은 극적인 3-1 승리를 안았다.
“당시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과 맞섰다”는 그는 “타석에 서는데 ‘이거 잘하면은 이제 MVP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머금은 채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미소 지었다.
경기 뒤 실시된 기자단 투표를 통해 총 66표 중 45표를 획득,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박 위원은 “사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고 껄껄 웃은 뒤 “상금에 사비를 보태 자체 기념 시계를 특별 제작했다. 나름대로의 의미를 새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값지게 장식하는 데 썼다. 만들어진 시계들은 당시 야구계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박 위원은 “최근 들어 올스타전은 즐거움이 가득한 자리 아닌가. 이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팬들과 함께, 또 동료들과 즐거운 장면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며 “미스터 올스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스타전의 활기찬 분위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그런 이에게 즐거운 일이 또 생기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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