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토요타의 준대형 세단 크라운은 듣던 대로 명차였다.
1955년 일본에서 택시용으로 처음 출시한 이래로 토요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로 일본인들에게는 자부심 넘치는 승용차이기도 하다. 크라운에는 왕관 모양의 엠블럼이 독특한 디자인 정체성이 특징이기도 하다.
봄맞이 나들이를 위해 이 차를 타고 춘천을 다녀왔다. 도심 주행도로를 거쳐 자동차 전용도로, 그리고 고속도로와 지방 국도를 두루 거칠 수 있는 편도 90여㎞ 거리를 달렸다. 일단 처음 만난 크라운의 정확한 제품명은 ‘크라운 2.4ℓ 듀얼부스트’다. 워낙 오랜 기간 사랑받아왔고 지속한 만큼 무려 16세대 차다.

일단 자동차의 첫 인상은 헤드램프와 그릴에서 완성된다. 날렵하면서도 양 옆으로 뻗은 헤드램프와 그 아래로 이중구조 형태로 두툼하면서도 묵직해 보이는데 의외로 날렵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그릴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세련미를 극대화한다. 본넷과 그릴이 만나는 지점에 날렵한 크라운 엠바고가 정점이다.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다.
절로 “오! 마음에 드는데”라는 탄성이 나왔다. 시동을 걸자 하이브리드답게 정숙하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부드럽게 앞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차가 좀 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동급이라고 한다. 하지만 출발 후 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금방 익숙해졌다. 오히려 편하단 느낌마저 들었다.
도심에서 강변북로를 거쳐 한남대교를 지나 올림픽대교를 진입하자 점점 차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과 함께 속도감이 점점 떨어진다. 오히려 이 정도면 딱이다 싶을 때 속도계를 보니 시속 80㎞를 넘어서기 직전이다. 남양주 덕소가 보이고 이제 양양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본격적으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시점이다.
핸들 뒤 클러스터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충전 중이라는 표시가 뜬다. 하이브리드차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을 때 충전이 되면서 은근히 만족감을 준다. 크라운은 다른 하이브리드차보다 좀 더 충전이 잘 이뤄지는 기분이 들었다. 토요타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차와 관련해서는 일찌감치 개발에 나서 이른바 원조로 통한다. 확실히 하이브리드차에서 크라운을 통해 토요타의 기술력을 제대로 만난 느낌이다.

차 안을 제대로 살펴보면 토요타 크라운의 인테리어는 아일랜드 아키텍처 컨셉트로 직관적이면서도 편안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부터 도어까지 전체적으로 감싸는 형상으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확실히 운전 집중도가 다른 차를 운전할 때와 달리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직관적이고 뛰어난 작동성을 실현한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눈으로 보기 편했다. 천연 가죽 시트 등 내장 부품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고급스럽고 풍요로운 공간을 연출했다.
가장 중요한 엔진과 전기모터를 보자면 2.4ℓ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즉각적인 반응성과 퍼포먼스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춘 2.4ℓ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렬 4기통 터보 엔진과 1개의 하이브리드 모터 그리고 e-Axle을 결합한 고성능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새롭게 개발된 바이폴라 니켈 메탈(Bipolar NI-MH) 배터리를 탑재해 보다 강한 전류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엔진 출력은 272마력이며, 시스템 총출력은 348마력에 달한다. 여기에 직결감 및 변속 감각을 전달해주는 다이렉트 시프트(Direct Shift) 자동 6단 변속기와 고출력의 수냉식 리어모터(e-Axle)가 장착된 E-Four Advanced 시스템으로 가속감은 물론 스포티하고 상쾌한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한다.

고속도로에서의 경험도 인상적이었다. 잠시 내비게이션 조작 때문에 앞차와의 거리를 신경 쓰지 못할 때였다. 차량 속도가 줄어들어 봤더니 앞차와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조절해주고 있었다. 한층 진화된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크라운 2.4ℓ 듀얼부스트는 뛰어난 주행성능과 운전 편의성에 안전성까지 두루 갖춘 매력 덩어리라 할 수 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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